제 3 화
제2장 — 내 발밑에 집이 지어지다
태양이 켜지고, 지구가 태어나고, 바다가 도착한 이야기
1,129 단어
구름에 불이 붙었다.
47억 년 전, 그 차갑고 거대한 분자 구름의 한가운데가 중력에 짓눌려 점점 조여들었다. 근처에서 터진 어느 초신성의 충격파가 방아쇠를 당겼는지도 모른다. 구름은 회전하며 무너져 내렸고, 그 중심은 점점 뜨거워지다가 마침내 핵융합에 불이 붙었다.
태양이 태어났다.
46억 년 전의 일이다. 내게 온기를 주고, 내 눈을 뜨게 하고, 내가 먹는 모든 밥의 에너지를 잎사귀에 저장해 줄 그 별이 이렇게 켜졌다. 지금 내가 창밖으로 받는 햇살은, 46억 년 전 저 구름 속에서 시작된 불꽃이 아직도 타고 있다는 증거다.
*
태양을 낳고 남은 먼지와 가스는, 태양 둘레를 도는 넓적한 원반이 되었다.
그 원반 속에서 먼지 알갱이들이 부딪히고 들러붙었다. 모래알이 자갈이 되고, 자갈이 바위가 되고, 바위가 산이 되고, 산이 마침내 행성이 되었다. 뜨거운 마그마가 들끓는 붉은 덩어리 — 원시 지구 — 가 그렇게 뭉쳐졌다.
45억 년 전, 내가 태어나 살아갈 유일한 집이 완성되었다.
생각하면 아득하다. 나의 모든 조상 — 물고기도, 공룡 곁에 숨어 살던 짐승도, 두 발로 일어선 사람도 — 이 밟고 살아갈 무대가, 이때 마련되었다. 이 행성이 없었다면 그 긴 이어달리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
그런데 갓 태어난 지구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 날, 화성만 한 크기의 천체 하나가 원시 지구를 향해 비스듬히 돌진해 왔다. 우리는 그것을 테이아라 부른다. 두 세계가 충돌했다. 상상할 수 없는 파괴였다. 지구의 겉이 통째로 녹아 튀어 오르고, 그 파편이 지구 둘레로 흩뿌려졌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다시 뭉쳐 — 달이 되었다.
이 폭력적인 충돌이 없었다면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달은 지구의 자전축을 붙잡아 안정시켰고, 그 덕분에 지구는 미친 듯이 요동치지 않고 온화한 사계절을 갖게 되었다. 밀물과 썰물의 리듬도, 밤하늘을 밝히는 은은한 빛도, 그때 그 충돌이 준 선물이다. 안정된 하늘 아래에서만, 생명은 수십억 년의 진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
지구는 조금씩 식어 갔다.
표면이 굳고, 하늘을 채운 수증기가 무거워지자 —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어쩌면 수천 년 동안,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비. 하늘에서 온 물과, 혜성과 소행성이 실어 나른 얼음이 더해져, 웅덩이가 호수가 되고 호수가 바다가 되었다.
44억 년 전, 최초의 바다가 지구를 덮었다.
그리고 여기, 아주 조용한 기적 하나가 숨어 있다.
내 몸의 70퍼센트는 물이다. 내 핏속에도, 눈물 속에도, 땀 속에도 짠 기운이 배어 있다. 사람들은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이 왜 짠지 잘 생각하지 않지만 — 그것은 우리가 바다에서 왔기 때문이다. 최초의 생명이 뭍으로 올라올 때, 그 옛 바다를 몸 안에 통째로 담아 나왔다. 그래서 나는, 44억 년 전 첫 바다의 아주 작은 한 방울을 몸속에 지니고 걸어 다니는 존재다.
나는 걸어 다니는 작은 바다다.
*
이제 무대는 갖춰졌다.
따뜻한 태양이 떠 있고, 사계절을 지켜 줄 달이 하늘에 걸렸고, 발밑에는 단단한 땅이, 그 위에는 짠 바다가 넘실거렸다. 번개가 치고, 화산이 끓고, 깊은 바닷속 열수구가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그 바다 어딘가에서, 아직 이름도 붙지 않은 작은 분자들이 서로 부딪히며 조합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중 어떤 것들은, 훗날 나의 유전 알파벳이 될 첫 글자들이었다.
집은 다 지어졌다. 이제, 그 집에 처음으로 세 들어 살 존재가 나타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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