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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DNA를 찾아가자

빅뱅에서 나까지의 대서사시

「나의 DNA를 찾아가자」는 빅뱅에서 지금의 나까지, 138억 년을 건너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소설입니다. 별이 원소를 만들고 그 원소가 흙과 물을 거쳐 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몸의 내력으로 따라갑니다. 지금까지 프롤로그 「나는 138억 살이다」를 시작으로 회차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회차마다 주소가 따로 있어 원하는 화로 바로 들어갈 수 있고, 이어 읽기는 구독으로 관리합니다.

어떤 이야기인가요?

빅뱅부터 지금의 나까지 138억 년의 과정을, 한 사람의 몸의 내력으로 따라가는 연재 소설입니다.

어디서부터 읽나요?

제1화 프롤로그 「나는 138억 살이다」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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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년 전 어느 별이 터졌고, 그 파편이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습니다.
우주의 시작부터 오늘의 나에게로 이어진 길을 한 화씩 되짚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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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별이 나를 요리하던 밤

빅뱅에서 초신성까지, 내 몸의 재료가 만들어진 이야기

1,257 단어
태초에, 어둠조차 없었다. 어둠이 있으려면 적어도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는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그저 상상할 수 없이 뜨겁고 조밀한 한 점. 우리는 그것을 특이점이라 부르지만, 사실 그건 이름을 붙일 수조차 없는 무엇이었다. 그리고 138억 년 전 어느 순간 — '순간'이라는 말도 시간이 없던 그곳에선 어울리지 않지만 — 그 한 점이 숨을 내쉬었다. 빅뱅.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공간이 부풀었고, 에너지가 쏟아졌다. 눈 깜짝할 사이보다 짧은 찰나에 우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로 급팽창했다. 그 팽창이 남긴 아주 미세한 주름들 — 어느 곳은 조금 더 촘촘하고 어느 곳은 조금 더 성긴 — 그 얼룩무늬가 훗날 별과 은하가 뭉칠 씨앗이 되었다. 나는 그 얼룩무늬의 후손이다. 내가 태어날 자리를 정한 최초의 지도가, 우주의 첫 1초도 되지 않은 그 주름 속에 이미 그려져 있었다. * 뜨거운 수프 속을 쿼크들이 떠돌았다. 우주가 조금 식자, 그 쿼크들이 셋씩 손을 잡아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었다. 물질의 벽돌이 처음으로 형태를 갖춘 것이다. 지금 내 세포핵 하나하나에 박힌 원자핵의 조상들이, 바로 그 첫 1초 안에 뭉쳤다. 그리고 38만 년이 흘렀다. 우주가 더 식자 전자들이 원자핵에 붙잡혀 최초의 수소와 헬륨 원자가 태어났다. 그전까지 안개처럼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던 빛이, 비로소 자유롭게 뻗어나갔다. 우주가 처음으로 투명해진 순간, 처음으로 빛이 여행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오늘 아침 내가 마신 물 한 컵. 그 물을 이루는 수소 원자의 대부분이 바로 이때, 우주가 태어나고 겨우 38만 년이 지났을 무렵 만들어진 것들이다. 나는 매일, 138억 살에 가까운 원자를 아무렇지 않게 꿀꺽 삼키며 산다. * 하지만 그때까지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밖에 없었다. 생명을 만들려면, 나를 만들려면, 훨씬 무거운 재료가 필요했다. 탄소가 있어야 DNA의 뼈대를 세우고, 질소가 있어야 유전 정보를 잇고, 산소가 있어야 숨을 쉬고, 철이 있어야 피를 붉게 물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빅뱅은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것을 만든 것은 별이었다. 오랜 어둠의 시대 끝에, 수소 구름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며 최초의 별에 불이 붙었다. 별의 심장은 어마어마한 압력과 온도로 수소를 짓눌러 융합시켰고, 그 용광로 속에서 수소는 탄소가 되고, 질소가 되고, 산소가 되었다. 별은 자기 몸을 태워,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나를 위한 재료를 하나하나 요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별이 요리한 재료로 지어진 존재다. * 그리고 별은 죽었다. 수명을 다한 거대한 별이 마지막에 초신성으로 폭발했다. 그 장엄한 죽음의 순간, 별은 자기 뱃속에서 빚어낸 온갖 원소를 — 철과 칼슘을, 심지어 금과 요오드까지 — 우주 공간에 흩뿌렸다. 죽어가는 별이 남긴 재가, 다음 세대 생명의 씨앗이 되었다. 내 피를 붉게 만드는 철. 내 뼈를 단단히 세우는 칼슘. 누군가에게 끼워 줄 반지의 금. 그 모든 것이, 수십억 년 전 어느 별의 죽음이 남긴 유산이다. 그러니 다음에 밤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있거든, 잊지 마시길. 저 별들은 남이 아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자기 몸을 불살라 나를 이루는 원소를 만들었고, 자기 죽음으로 그 원소를 나에게 보내 주었다. 나는 죽은 별들이 남긴 재로 빚어진 아이다. * 흩뿌려진 그 재는 우주를 떠돌다, 다시 중력에 이끌려 모이기 시작했다. 먼지와 가스가 뭉쳐 나선 팔을 가진 거대한 도시 — 우리 은하수 — 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은하의 한쪽 변두리,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어느 자리에서, 차갑고 거대한 분자 구름 하나가 서서히 뭉치기 시작했다. 그 구름 속에는, 나를 낳을 태양과 지구의 모든 재료가 이미 다 들어 있었다. 47억 년 전의 일이다. 이제, 그 구름에 불이 붙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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