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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DNA를 찾아가자

빅뱅에서 나까지의 대서사시

「나의 DNA를 찾아가자」는 빅뱅에서 지금의 나까지, 138억 년을 건너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소설입니다. 별이 원소를 만들고 그 원소가 흙과 물을 거쳐 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몸의 내력으로 따라갑니다. 지금까지 프롤로그 「나는 138억 살이다」를 시작으로 회차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회차마다 주소가 따로 있어 원하는 화로 바로 들어갈 수 있고, 이어 읽기는 구독으로 관리합니다.

어떤 이야기인가요?

빅뱅부터 지금의 나까지 138억 년의 과정을, 한 사람의 몸의 내력으로 따라가는 연재 소설입니다.

어디서부터 읽나요?

제1화 프롤로그 「나는 138억 살이다」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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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년 전 어느 별이 터졌고, 그 파편이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습니다.
우주의 시작부터 오늘의 나에게로 이어진 길을 한 화씩 되짚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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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나는 138억 살이다

별의 먼지에서 지금의 나에게로

1,175 단어
거울 앞에 선다. 서른몇 해를 살아온 얼굴이 나를 마주 본다. 눈가에 잔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거울에 비친 것이 사실은 서른 몇 살이 아니라는 걸. 나는 138억 살이다. 내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는 혈관 속의 철, 그것은 어느 별이 수명을 다하고 초신성으로 터지던 밤에 만들어졌다. 내가 지금 들이쉬는 이 한 모금의 산소는, 24억 년 전 이름 없는 미생물이 무심코 내뱉은 첫 숨결에서 시작됐다. 방금 목을 넘어간 물 한 모금 속 수소 원자는 우주가 태어나고 겨우 38만 년이 지났을 무렵에 처음 존재하기 시작한 것들이다. 나는 걸어 다니는 우주의 나이테다. * 생각해 보면 소름 돋는 일이다. 38억 년 전, 지구의 어느 따뜻한 바다에서 최초의 세포 하나가 눈을 떴다. 그 세포에서 나에게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세대가 이어졌다. 물고기가 되었다가, 뭍으로 기어오른 네발짐승이 되었다가, 밤을 틈타 굴속에 숨어 살던 작은 포유류가 되었다가, 나무를 오르내리던 원숭이가 되었다가, 두 발로 일어선 사람이 되었다. 그 긴 사슬 위에서, 나의 조상은 단 한 명도 실패하지 않았다. 대멸종이 다섯 번 지구를 휩쓸었고, 빙하가 대륙을 덮었고, 화산이 하늘을 가렸고, 기근과 역병과 전쟁이 수없이 세상을 지웠다. 그때마다 나의 조상들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아,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단 한 세대라도 그 고리가 끊겼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다. 나의 존재 자체가, 38억 년 동안 단 한 번도 끊긴 적 없는 승리의 릴레이 배턴이다. 나는 그 배턴을 손에 쥐고 태어났다. 그리고 아직, 그 이어달리기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 * 그래서 나는 거슬러 오르기로 했다. 내 세포 속을 흐르는 이 유전 정보 — 나의 DNA — 를 따라 시간을 거꾸로 걸어 올라가면, 나는 어디에 닿게 될까.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지나, 문자가 발명되기 전의 조상들을 지나, 아프리카 초원을 처음 걸어 나온 한 무리의 여행자들을 지나, 두 발로 일어선 루시를 지나,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를 지나 — 결국 나는 138억 년 전, 우주가 첫 숨을 내쉬던 그 순간에 닿을 것이다. 그 여정을 걷다 보면 두 개의 힘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하나는 **전쟁**이다. 몽골의 기병이 유라시아를 휩쓸 때, 만리장성이 백성의 뼈 위에 세워질 때, 두 번의 세계대전이 대륙을 불태울 때 — 전쟁은 사람들을 갈라놓고, 흩뿌리고, 낯선 땅으로 내몰았다. 내 안에 섞인 서로 다른 피의 상당수는, 누군가가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그 폭력의 결과다. 전쟁은 혈통을 흩뿌린다.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해마다 단 하루 만나던 두 별처럼, 원수진 두 가문의 담을 넘던 베로나의 두 아이처럼, 사막을 맨발로 헤매며 남편을 찾던 여인처럼 — 사랑은 갈라진 것을 다시 이었다. 흩어진 피를, 낯선 두 사람을, 서로 다른 대륙을 만나게 하고 한 아이 안에 섞었다. 전쟁이 아무리 흩뿌려도, 사랑은 언제나 다시 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이음매가, 바로 나다. * 거울을 다시 본다. 이제 그 얼굴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광대뼈에는 초원을 달리던 유목민의 흔적이, 눈매에는 바다를 건너온 누군가의 그리움이, 손끝에는 나무를 붙잡던 오래된 습관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얼굴은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다. 138억 년이 써 내려온 한 통의 긴 편지이며, 나는 그 편지의 가장 마지막 문장이다. 지금부터, 그 편지를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려 한다. 나의 DNA를 찾아, 우주의 첫 새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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